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돈의 맛에 대한 스토리,한자풀이,교훈

by 암사자의 수제자 2024. 1. 8.

1. 스토리

십몇 년 전쯤이었던가. 

명동의 사채업자를 알게 되어 몇 번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채업도 전문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력과 자격증은 필요 없었지만 나름대로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었다.

 그 전문성은 돈을 회수하는 능력이었다. 

빌려준 돈이 회수가 안 되면 망한다. 

그러다 보니까 사람을 판단하는 지인지감(知人之鑑)이 발달해 있었다. 

돈 떼어먹고 도망갈 것인가? 

또 하나의 특징은 말을 짧게 하고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점이었다. 

밥 먹다가 강호 동양학의 장문인(?)을 제압하는 코멘트를 하나 날리는 게 아닌가!


“돈맛을 알아? 맛도 모르면서 왜 그렇게 아는 체를 해?” 

“무슨 맛인데?”

 “죽어도 못 끊는 맛이지”

 “그런 맛을 ‘빈’(空) 맛이라고 하지. 앞으로 당신 호는 ‘공전’(空錢)이라고 해 봐. 근데 당신 뒤에 감방이 어른거리네.”

이 친구가 10년 세월을 뛰어넘어 오랜만에 연락을 해 왔다. 
강남에서 수천억 대를 굴리는 선배 사채업자가 갑자기 죽었다는 것이다. 
그 선배는 얼굴에 난 검버섯과 뾰루지를 제거하는 치료를 한다고 간단한 마취를 했는데 그만 못 깨어나고 

식물인간으로 있다가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죽고 나서 캐비닛에 있었던 돈 빌려준 장부를 들여다보니까 전부 암호로 되어 있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본인만 아는 암호였다.
 항상 검찰 수사에 대비했던 것이다. 
본인이 죽고 나니까 그 가족이 돈을 회수할 방법이 없었다.
주변에서 거액을 빌려갔던 수십 명이 만세를 불렀다는 후문이다.

업자의 황망한 죽음은 공전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돈 써보지도 못하고 ‘쩐의 전쟁’만 하다가 죽어버리니까 아무 소용없네!”

 내공이 깊다고 알려진 어느 신흥 종교 교주를 만났을 때 돈에 대해 물었다.
 나는 고단자를 만나면 복잡한 형이상학적인 질문 안 하고 단순하게 ‘쩐’(錢)과 ‘색’(色)에 대해 질문한다.
 교주는 세 마디로 답변했다.

2. 한자풀이

지인지감(知人之鑑)

:'사람을 보는 안목'을 가리켜 '지인지감(知人之鑑)'이라고 한다. 정치를 하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은 '지인지감'이 있어야 성공한다. 사람 만나는 게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가나 사업가들이 관상가나 역술가를 가깝게 한다. 겪어보기 전에 그 사람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공자의 '논어'(論語)야말로 제대로 된 '지인지감'을 기르기 위한 책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논어로 논어를 풀다'(이한우)가 그것이다.

저자는 '논어'의 각 장(章)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주제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이다. 그 일관된 주제가 바로 '지인지감'이다. 예를 들면 '나이 40세에 불혹(不惑)한다'는 대목도 기존 해석은 '돈의 유혹, 여색의 유혹, 명예에 대한 유혹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다'가 많다. 이 책에서는 '사람을 잘못 보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로 풀이한다. 사람을 제대로 알지 못해 타인 관계에서 화(禍)를 빚어내는 것이야말로 혹(惑)이라는 해석이다. 불혹은 지인(知人)에 해당한다는 이야기이다.

어려서부터 사람을 보는 안목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이 '생이지지(生而知之)'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안다는 것은 무엇을 안다는 것이냐? '사람을 안다'는 것이다. 학이지지(學而知之)는 사람 보는 법을 스승·부모·친지·책으로부터 배워서 아는 단계이다.

곤이지지(困而知之)는 박복한 사람들과 엮여서 갈등과 쓰라림을 겪은 다음에 사람 보는 안목을 갖게 되는 단계가 된다.

다른 사람이 어떤가를 알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수양이 되어 있어야 한다. '논어' 첫머리에 나오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의 학(學)은 '학문을 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사람됨', 즉 '인간학'을 배운다는 뜻이라고 한다. 어진 사람을 좋아하고, 부모를 섬기고, 임금에게 충성하고, 친구에게 신뢰를 잃지 않는 사람이 '사람됨'의 기준인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책의 저자는 신문기자이다. 신문기자 직업이 그 특성상 박이불심(博而不深)에 머무르기 쉬운데, 저자는 그 '불심'(不深)의 한계를 극복하고 '논어'라는 고전을 '지인지감'의 관점에서 읽어내는 독창성을 보여주었다

3. 교훈

“돈은 필요 없는 것이네”
“돈은 강물처럼 흘러가지. 한 군데에 가둬 놀 수가 없어. 자기가 아무리 안전하게 가둬 놓는다고 해도 결국 사회가 해체하는 수가 있어”
“그렇지만 돈이 필요할 때는 또 필요하지”


돈이 필요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밤낮으로 간절하게 기도하고 염원하면 그 일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화엄경 식으로 말하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이야기이다.
강물처럼 흘러간다는 말은 돈이 결국은 흩어지게 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쓸 때는 과감하게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