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스토리
'연월일시(年月日時) 기유정(旣有定)인데 부생(浮生)이 공자망(空自忙)이라!’.
‘태어난 사주팔자가 이미 정해져 있는데, 부질없는 인생들이 그것을 모르고 공연히 스스로 바쁘게 뛰어다니다’
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팔자는 있는 것 같습니다.
불교식으로 이야기하면 전생업보이고, 기독교식으로 해석하면 주님의 섭리라고나 할까요.
도망가 보아야 거기서 거기입니다.
그렇다면 팔자는 바꿀 수 없단 말인가! 궁금합니다.
팔자를 바꾸는 비방은 있는 것인가? 그것 또한 궁금합니다.
있기는 있다고 합니다.
2.한자풀이
적선(積善)
'적금보다 적선이다
거지도 환대하라'
인생을 제대로 펼쳐보기도 전에 “노후 대비는 젊을 때부터”란 우아한 사기에 넘어가 돈부터 모으려 드는 헛똑똑이가 적지 않습니다. 젊음이란 그 자체로 강력한 보험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모아야 할 건 ‘돈(金)’이 아니라 ‘선(善)’입니다. 젊어서 자신을 비싸게 만든 사람이 돈 걱정하는 건 본 적이 없습니다.
‘적선(積善)’은 좋은 운이 들어오게 하는 첫째 프로세스입니다.
자기 집도 그리 넉넉지 못한데 지나가는 거지도 환대한 할머니의 음덕이 손자에게 미치는 것은 일종의 과학입니다.
“선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습니다.
(積善餘慶·적선여경)”는 건 주역의 가르침입니다.
반대로 남에게 눈물 나게 한 사람은 언젠가 자신은 피눈물 흘리는 법입니다.
3.교훈
첫째 방법은 적선(積善)을 많이 하는 일이다. 한국에서 500년의 역사를 지닌 명문가들을 조사해 본 결과 공통점이 바로 적선이었다. 적선을 많이 해야 팔자를 바꾸고 집안이 잘 된다는 명제는 이론이 아니라 500년 임상실험 결과(?)다. 당장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후손을 통해서 반드시 나타난다.
둘째, 눈 밝은 스승(明師)을 만나야 한다. 인생의 중요 고비마다 가르침을 받아야 길이 열린다. 옛날 어른들은 훌륭한 스승을 만나게 해 달라고 100일 기도를 드리곤 하였다. 그 염원이 뼛속에 사무쳐야 대 스승을 만난다고 한다.
셋째는 명상이다. 하루에 100분 정도는 매일 빼놓지 않고 해야 한다. 문제는 시간을 내는 일이다. 먹고사는 일에 부대끼다 보면 시간을 낼 수 없다.
넷째는 명당에 음택(陰宅·묘터)이나 양택(陽宅·집터)을 잡는 일이다. 둘 중 하나만 잡아도 효과가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국토도 좁고, 도로공사와 철도터널로 산맥이 모두 잘리고 있다. 더구나 전 국민의 60%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대에서 이 방법은 사용하기 어렵게 되었다
다섯째, 독서이다. 책을 읽으면 자신에 대한 성찰이 생긴다. 특히 운이 좋지 않을 때에는 밖에 나가지 말아야 한다. 나갔다 하면 좋지 않은 인연을 만나서 일이 더 꼬이는 수가 많다. 그럴 때는 집 안에 틀어박혀서 어느 책이라도 무조건 읽는 것이 상책이다. 10년 이상의 감옥생활을 버티게 하는 힘도 독서하는 습관에서 길러진다.
여섯째, 자신의 명리(命理)를 알아차리는 방법이다. 팔자에 재물복이 없는 사람은 월급쟁이가 최고이다. 자신의 팔자를 대강 짐작하면 쓸데없는 과욕은 부리지 않는다. 이상 6가지 방법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출처:조선일보 2004.09.15.. '조용헌의 살롱'에 연재된 내용입니다.